이력서에 "등단"이랑 항목을 추가 기입할 수 있게 된 날로부터 일 년 뒤 여자 시인에겐 몇 가지 몹쓸 버릇이 생겼다.
첫째, 앞치마를 두르고 별표 식용유를 삼분지 일 정도 튀김솥에 넣은 다음 말[言]들에게 튀김옷을 입히다가 기름은 싱크대 개수구에 흘려 보내고 차려 입은 말[言]은 쓰레기통에 구겨 던진다. 둘째, 칠백 원짜리 생수를 유리컵에 붓고 손금이 바뀌도록 손바닥을 부벼댄다. 셋째, 말[言]들이 휘두른 주먹에 번번히 코피를 흘린다. 넷째, 말[言]이 술 따라주는 단란주점에 가지 않는다. 다섯째, 책을 읽을 때는 완전 군장을 한다. 여섯째, 말[言]을 부리는 사람들은 말[言]이 많아서 어울리지 않는다.
일곱째, 자신과도 어울리지 않는다.
'일 년 만에 쓴 시'
현대시, 2002 |
